정치 정치일반

[이시대 우리국회를 말하다] (6) ‘선진국 의회의 품격’.. 몸싸움하는 우리와는 큰 차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4 16:29

수정 2013.11.24 16:29

[이시대 우리국회를 말하다] (6) ‘선진국 의회의 품격’.. 몸싸움하는 우리와는 큰 차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국회의원 총선거가 1948년 5월 10일 실시되었으니 우리나라 국회의 역사도 65년을 넘어 장년층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국회의 폭력사태가 종종 목격된다. 부끄럽지만 국회 폭력이란 단어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20세기가 되기 전에 사라진 단어다. 우리보다 앞선 의회정치 역사를 가진 주요 선진국들은 의회 안에서의 무질서 행위를 의원들 스스로 가장 큰 불명예로 여기며, 의장의 주도하에 질서유지 제도를 엄격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0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사규칙' 제1편 제2조는 하원에서 질서유지에 관한 권한과 책임이 의장에게 속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원이 발언을 희망할 경우 기립해 '의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발언신청을 해야 하고, 의장이 발언을 허락할 경우에만 발언할 수 있다.
만일 의원이 발언이나 다른 방식으로 하원의사규칙을 위반할 경우 의장은 위반 의원에게 주의를 주어야 하며, 위반 의원은 즉시 착석해야 한다. 특히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거나 발언하는 도중에 본회의장 내에서 의원이 걸어 다니거나 퇴장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회의 중 정숙을 유지해 소란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건심의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하원의 경우 의장이나 위원장은 회의 질서를 심각하게 문란하게 한 의원에게 당일 나머지 회의 동안 회의장 밖으로 퇴장명령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명령의 집행은 경위장(Sergeant-at-Arms)이 담당토록 하고 있다. 발언중지나 퇴장은 의장이나 위원장의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으며, 공식적인 징계절차는 아니다.

의원이 의장이나 위원장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하원규칙의 위반이나 기타 방법으로 고의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경우 의장 또는 위원장은 해당 의원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호명제재를 가할 수 있게 돼있다.

영국의회에서는 재판의 경우에만 의원 이름을 호명하고, 평상시에는 의원 이름 대신 지역구를 부르도록 돼있다. 명예를 중시하는 영국의회의 전통에 비추어 호명은 불명예스러운 제재다.

프랑스 하원의 질서유지 관련 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의사규칙에 네 가지 징계유형을 명시하고, 각 징계에 해당하는 의원의 질서문란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이 의제 이외의 발언을 했을 때는 '주의'를 받는다. 주의를 받은 의원이 다시 한 번 주의를 받게 되면 이번에는 '회의록에 기록되는 주의 처벌을 받도록 돼있다.

회의록에 기록되는 주의를 받은 후에 또다시 의장을 모욕하거나 소란을 피우게 되면 '견책'을 받게 된다. 두 번째 견책을 받거나 견책 처벌을 묵살했을 경우 '자격정지를 포함하는 견책'을 받아 일정 기간 의회 등원이 금지된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의원이 회의장에 출석하면 의장은 퇴장명령을 내리고 의원이 이에 불복할 경우 회의가 중지된다. 회의록에 기록되는 주의를 받은 의원은 1개월간 의원수당의 4분의 1이 감액되고, 견책 징계를 받은 의원은 1개월간 의원수당의 2분의 1이 줄어든다. 자격정지를 포함하는 견책을 받은 의원은 2개월간 의원수당의 2분의 1이 감액된다.


독일은 회의 중 심각한 질서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질서유지 경고 없이도 의장 직권으로 의원을 회의장에서 퇴장시킬 수 있으며, 의장 직권으로 30일까지 출석정지시킬 수 있다. 출석정지를 당한 의원은 지체없이 회의장에서 퇴장해야 하는데, 의원이 이에 불응하는 경우 의장은 해당 의원의 출석정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주요국 의회 중에서 출석정지와 같은 중대한 징계를 윤리위원회의 심사나 본회의 의결 없이 의장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회는 독일하원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의장의 질서유지권이 가장 강력한 의회라고 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 김기석 팀장 최갑천 임광복 안승현 조윤주 김호연 이정은 이승환 박지훈 기자

fnSurvey